9월의 마지막날 추석연휴 기간에 벌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여자부 8강전에서 북한에 1-4로 역전패했습니다. 스코어가 경기 내용과 실력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 어쩌면 승리의 여신이 살짝 외면한 경기였습니다. 전반에 우리의 주 공격수 손화연이 퇴장당하면서 흐름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1-1로 끝난 전반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북한은 캄보디아의 불참으로 싱가포르와의 두 번 경기를 연습경기 하듯 몸을 푸는 정도로 대승을 하고 올라왔습니다.
한국의 과거 북한과의 전적은 크게 밀립니다. 역대 A매치에서 1승 3 무 15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일한 승리가 2005년 8월에 1-0으로 이긴 것이 전부입니다. 무려 18년 전의 일이고 특히 아시안게임에서는 5전 5패입니다.
전반 10분 여가 지난 시점 김혜리가 올려준 코너킥을 박은선이 공격에 가담해 제공권 다툼을 해주는 사이 박은선의 머리를 맞지 않고 넘어간 공이 북한 리혜경에 맞고 들어가면서 1-0 리드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 여자축구는 역시 강했습니다. 단단한 체격에 전사들처럼 잘 뛰는 것 같습니다. 전반 19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은 북한의 리학의 환상적인 골로 동점이 되었습니다.
과거 참패를 복수할 수 있는 기회
한국팀은 최근에 많은 전력 상승을 가져왔고 기량이 세계적인 선수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과 경기할 때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고 아시아의 강호 일본, 중국 등과 경기를 해도 대등한 전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최근 올림픽위원회의 제재 등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게 되어 이번 8강전에서는 내심 승리를 예상하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손화연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퇴장당하기 전까지는 막상막하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태국 심판의 어이없는 레드카드로 무너지는 대열
전반 막바지에 큰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15분경에 한차례 옐로카드를 받았던 손화연이 40분 볼 경합 과정에서 골키퍼와 충돌하면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어이없는 판정이었습니다. 고의성이라고는 일도 없는 정당한 볼다툼을 파울 선언에 그치지 않고 경고까지 주는 수준 이하의 결정이었습니다. 이 정도에 경고면 모든 다툼이 예로 카드감입니다.
정말 희한하게도 이번 대회는 비디오 판독이 없습니다. 남자 축구 16강전에서도 환상적인 골이 업사이드가 되는 일이 있었지만 겉만 화려한지 실속이 없는 대회라 하겠습니다.
10명으로 싸운 한국팀은 전술적으로 잘 견디고 동점으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역전 후 총 공격 무산
숫적인 열세를 수비위주로 잘 견디면서 기회를 엿보던 한국팀은 후반 26분 모처럼의 공격에서 전은하가 상대 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졌는데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기회를 날린 대표팀은 체력이 고갈되자 선수교체를 통해 이를 보환 하기 시작합니다.
계속적인 북한의 공격을 잘 막아오든 대표팀은 후반 36분 상대의 크로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고 안명송에게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합니다.
1-2로 지나 1-10으로 지나 토너먼트인 8강에서는 골차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남은 시간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라인을 올리고 총공세에 나섰지만 득점에 실패하면서 체력은 더 방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후반 45분에 세 번째 골,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네 번째 실점을 하게 됩니다.
종료 스코어는 1-4이지만 사실상은 한 골차의 박빙의 승부였다고 봐야겠습니다. 일부 언론의 대패는 맞지 않는 보도인 것 같습니다.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고 점수만 보고 작성한 글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대회를 마치며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던 우리 여자축구대표팀이 이번에는 아쉽게도 북한팀에 막혀 무메달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입니다. 한대회 한게임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비판도 해서 안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기만 바라는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관여하고 노력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세대교체를 통한 대표팀 정비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지금 대표팀 멤버보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길게 보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물론 제도적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은 합니다.
1980~1990년대 선수를 주축으로 지난 10년간 세계무대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것도 사실입니다. 지소연 선수를 비롯해 국가를 위해 긴 시간 희생해 온 선수들과 지도자 여러분의 노고로 우리 여자축구의 실력이 몇 단계 더 향상된 것도 사실입니다. 미숙한 태국 심판의 얼치기 같은 판정만 없었다면 재미있는 남북대결을 볼 수 있을 만큼 우리 축구도 강해졌습니다.
다시 한번 정렬을 가다듬어 세계정상에 더욱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여러분은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 팬들의 영원한 금메달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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